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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매수(LBO)와 배임죄

1. LBO의 개념과 기본 구조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란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담보로 제공하여 기업 매수 자금을 조달한 후 해당 회사를 인수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즉,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피인수기업의 자산으로 변제할 것을 예정하고 자금을 차입하여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LBO의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수자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2. SPC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자금을 차입
3. SPC가 차입금으로 대상회사의 주식을 취득
4. 인수 후 대상회사의 자산이나 현금흐름을 활용하여 차입금 상환

LBO는 주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활용됩니다:
–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인수자가 대규모 인수를 시도할 때
– 사모펀드가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할 때
– 기업 구조조정이나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인수 시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피인수회사에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울 수 있으며, 경영상 위험을 증가시키고 기존 주주나 채권자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어 법적인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2. LBO의 법적 문제와 배임죄 쟁점

LBO의 핵심적인 법적 문제는 피인수회사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인수자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차입금 상환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이러한 행위가 회사와 이해관계자(주주, 채권자 등)에게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법상 배임죄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LBO와 배임죄의 관계

LBO 거래에서 배임죄가 문제되는 상황은 주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피인수회사의 이사나 경영진이 인수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
2. 인수 후 경영권을 취득한 인수자가 자신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사용
3. 합병이나 자산 인출을 통해 피인수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행위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며, 업무상 배임죄(제356조)는 더 가중된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상 규제와의 관계

현행 상법은 LBO를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장회사의 경우 주요 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상법 제542조의9)을 통해 주요 주주 등이 조달한 인수 자금의 변제나 담보를 위해 회사가 자금 대여, 보증, 담보 제공 등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상법 제624조의2).

또한 이사의 자기거래 금지 규정(상법 제398조)도 LBO 행위에 대한 규제 조항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는 무효가 될 수 있으며, LBO는 인수자인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가 담보를 제공하는 간접적인 형태의 자기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3. LBO의 다양한 유형

LBO는 실행 방식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 유형에 따라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례의 태도도 달라집니다.

담보제공형 LBO

정의: 인수회사가 인수 주체인 특수목적법인(SPC)과 인수대상회사의 법인격을 각각 별도로 유지하면서, 인수대상회사의 자산(예금자산, 부동산자산 등)을 SPC의 인수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여 기업 매수 자금을 조달하는 유형입니다.

특징:
– 인수대상회사의 대주주 및 대표이사 등의 협조를 받아 경영권을 넘겨받음
– 인수 후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인수자금을 마련
– 인수자들의 기업 인수 의도가 정상적인 기업 운영보다는 피인수회사의 자산만을 유용하기 위한 것이 명백한 경우가 많음

판례: 신한사건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7027 판결)

이 사건에서는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이던 ㈜신한을 인수하기 위해 피고인이 SPC를 설립하고 동양현대종합금융으로부터 350억원을 대출받으면서, SPC가 신한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취득할 신주에 근질권을 설정하고, 별도로 SPC가 신한에 대한 정리채권 및 정리담보권 합계 620억원 상당을 한미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사안이었습니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배임죄를 인정하였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수자만을 위한 담보 제공이 무제한 허용될 수 없으며, 피인수회사가 담보 제공으로 인한 위험 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받는 등 반대급부를 제공받은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음
2.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였다면, 인수자 또는 제3자에게 담보 가치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인수회사에게 그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볼 수 있음
3. 회사정리절차 중인 회사라도 주주나 채권자의 잠재적 이익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배임죄 성립 판단에 영향이 없음

이 판결은 담보제공형 LBO에서 피인수회사에 대한 적절한 반대급부 없이 이루어진 담보 제공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합병형 LBO

정의: 인수자가 SPC를 설립하여 그 회사로 하여금 자금을 차입하여 주식 취득 방법으로 인수대상회사를 인수한 후에, 피인수회사와 SPC가 합병하고 존속회사가 기존의 차입금 채무를 상환하는 유형입니다.

특징:
– SPC가 차입한 인수자금의 부담을 합병을 통해 피인수회사에 전가
– 법적으로는 합병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담보제공형에 비해 법적 위험이 낮을 수 있음
– 상법상 합병 절차에 따른 주주 및 채권자 보호 장치가 작동

판례: 한일합섬사건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6634 판결)

이 사건에서는 회사정리절차 중인 한일합섬을 인수하기 위해 인수인이 계열사와 함께 약 1,000억원을 출자하여 SPC를 설립하고, SPC는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4,667억원을 대출받아 한일합섬을 5천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SPC가 인수인에게 흡수 합병되었고, 그 후 인수인은 한일합섬을 흡수 합병했습니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인 인수인은 한일합섬 인수를 위해 차입한 2,600억원을 상환할 때 한일합섬이 보유하고 있던 자금 1,800억원을 사용했습니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차입매수 방식에 의한 기업 인수를 주도한 관련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배임죄가 성립하거나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함
2.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직접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과 달리, 합병의 실질이나 절차에 하자가 없는 경우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려움
3. 합병으로 인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은 인격적으로 합일하여 일체가 되고 그 효과에 의해 재산이 혼연일체가 되어 구분할 수 없게 되므로 피인수기업에 손해를 가했다는 평가가 어려움

이 판결은 합병형 LBO에서는 합법적인 합병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경우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자산인출형 LBO

정의: SPC가 인수대상회사를 인수한 후 합병을 하지 않고 SPC가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한 채로 상법에 규정된 방법(주로 유상감자)에 따라 투자자본을 회수하는 유형입니다.

특징:
– 합법적인 자본 감소 절차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 상법상 규정된 절차(주주총회 특별결의, 채권자 보호절차 등)를 준수
– 자본 감소를 통한 자금 회수로 인해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음

판례: 대선주조 사건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도524 판결)

이 사건에서는 인수자들이 SPC를 통해 대선주조를 인수한 후 유상감자와 이익배당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유상감자 및 이익배당은 법률이 보장하는 주주 권리 행사에 따르는 결과이고 절차상 하자가 없음
2. 감자 환급금과 배당가능이익을 감안할 때 주주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음
3. 법률에 따른 절차를 준수한 회사의 유상감자나 이익배당은 그 자체로 회사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음

동아건설 사건(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1544 판결)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자산인출형 LBO에서 상법상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진 자금 회수 행위에 대해서는 배임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복합형 LBO

정의: 피인수기업의 담보 제공 행위가 있고, 이후 SPC가 인수대상회사와 합병(합병 후 자산 인출 포함)을 하는 유형입니다.

특징:
– 담보제공형과 합병형의 특성이 결합된 형태
– 담보 제공과 합병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상환하는 복합적 구조
– 다양한 법적 쟁점이 혼재되어 나타남

판례: 온세통신사건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9148 판결)

이 사건에서는 회사정리절차 중인 온세통신의 구주 전량을 유상소각한 후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 100%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사안입니다. 이후 온세통신은 인수자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기존 차입금 채무에 대해 자신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고, 자신의 사옥을 담보로 대출받아 인수인이 소지하던 BW를 조기 상환하여 인수인이 그 자금으로 단기 차입금 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뒤 인수인은 온세통신을 흡수 합병했습니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엄격한 해석 기준이 유지되어야 함
2. 기업 경영에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어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신중하게 결정했더라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
3.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해야 함
4. 손해 발생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음

이 판결은 복합형 LBO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여 배임죄의 고의 판단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4. 배임죄 성립 요건과 판단 기준

LBO 관련 배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입니다. LBO 맥락에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있습니다:

1. 인수자의 지위: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거나 임원 지위가 없더라도 사실상 경영을 장악한 경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이사의 의무 대상: 회사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하므로 ‘타인(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주주의 이익과 법인의 이익은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판례는 회사를 타인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3. 특수한 경우: 담보제공형 LBO 사례에서는 인수자가 배임죄의 주체로 인정된 바 있으나, 다른 유형의 LBO에서는 그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무위배행위

배임행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란 법령, 계약, 신의칙상 기대되는 행위를 이행하지 않거나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LBO와 관련하여 인수자는 다음과 같은 임무를 부담합니다:
1. 상법상 이사의 자기거래 금지 의무
2.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의무)
3. 충실 의무

이러한 의무 위반 시 형법상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각 LBO 유형별로 임무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담보제공형 LBO: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인수자의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임무위배행위로 볼 여지가 크지만, 피인수회사에 적절한 반대급부가 제공되었다면 다른 판단이 가능합니다.

2. 합병형 LBO: 합법적인 합병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경우 임무위배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자산인출형 LBO: 상법상 규정된 방법과 절차(유상감자, 배당 등)를 준수한 경우 임무위배행위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산상 손해 발생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해야 합니다. LBO에서 문제 되는 핵심은 피인수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입니다.

판례는 손해의 개념을 현실화된 손해뿐 아니라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할 구체적인 위험의 발생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이란 경제적 관점에서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의 구체적 위험을 의미합니다.

각 LBO 유형별 손해 발생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담보제공형 LBO: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자산 상실의 위험이 발생하므로 재산상 손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담보 제공으로 인해 담보 가치를 활용할 가능성이 상실되는 것 자체를 현실적인 손해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2. 합병형 LBO: 합병으로 인해 회사가 인격적으로 합일되고 재산이 혼연일체가 되므로 손해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합병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며, 합병비율이 합리적으로 결정된 경우 손해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3. 자산인출형 LBO: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배당하거나 합법적인 유상감자 형식을 취하는 경우, 상법상 규정된 방법과 절차를 준수했다면 임무 위배 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절차상 하자가 없더라도 자본유지 및 충실 원칙에 비추어 현저한 차이가 있다면 손해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배임의 고의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도 필요합니다.

LBO와 관련하여 배임의 고의를 판단할 때에는 ‘경영상의 판단’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됩니다:

1. 판례의 경영자 고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경영자의 고의를 판단할 때 판단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의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 및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판단 경위 및 동기에서는 부정한 청탁 여부나 개인적인 의도 등 이해관계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2. 유형별 고의 판단:
담보제공형 LBO: 피인수기업과 무관한 인수자의 채무를 위해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인수자의 이익 취득 사실 및 피인수기업에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용이합니다.
자산인출형/합병형 LBO: 유상감자나 합병 등으로 인한 손해 또는 위험 발생 여부 판단이 어려워, 객관적인 사실(부채 증가, 자본 감소 등)만으로 손해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경영상의 판단이 배임죄 고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5. 경영판단원칙과 배임죄

LBO 관련 배임죄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논점 중 하나는 미국 회사법에서 유래한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의 적용 여부입니다.

경영판단원칙의 의의

경영판단원칙이란 경영자가 합리적으로 이용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성실하고 신중하게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면, 설령 그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기업 경영의 특성상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사후적으로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고려에서 발전된 이론입니다.

한국 판례에서의 경영판단원칙

우리나라 판례는 미국법상 경영판단원칙 용어를 직접 원용하지는 않지만, 온세통신 사건(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9148 판결)에서 배임죄의 고의를 판단할 때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는 원래 위험이 내재되어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더라도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 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6. 결론: LBO 관련 법적 위험 관리 방안

LBO 거래에서 배임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피인수회사를 위한 합리적 반대급부 제공

담보제공형 LBO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피인수회사가 담보 제공에 따른 위험 부담에 상응하는 적절한 반대급부를 받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신한사건에서 피인수회사에 대한 반대급부 없이 이루어진 담보 제공 행위에 대해 배임죄를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인수자금 중 일부를 피인수회사의 자본 확충이나 부채 상환에 활용
– 담보 제공에 대한 적정한 대가(수수료) 지급
– 피인수회사의 신용도 향상 등 경영 개선 방안 마련

2. 합법적인 절차 준수

LBO 거래에서 상법상 규정된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합병형 LBO에서는 합병비율의 적정성, 주주 및 채권자 보호 절차 준수
– 자산인출형 LBO에서는 유상감자나 이익배당의 법적 요건 충족
– 이사회 승인, 주주총회 결의 등 필요한 의사결정 절차 준수
– 이사의 자기거래 규제(상법 제398조) 준수

3.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구축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중성이 중요합니다:

–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회계사, 변호사, 재무자문사 등)의 의견 청취
– 이해관계 없는 사외이사의 검토 및 승인
– 의사결정 과정 및 근거의 상세한 기록 유지
–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 검토 및 문서화

4. 개인적 이익 추구 배제

LBO 거래의 목적이 피인수회사의 자산 유용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개인적 이익 추구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업인수 후 경영 개선 계획 수립 및 실행
– 인수 후 통합(PMI) 계획의 구체화
– 인수자와 경영진의 이해상충 방지 장치 마련
– 투자 회수 계획의 합리성 확보

결론

LBO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인수자가 대규모 기업 인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M&A 기법이지만, 피인수회사에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LBO 거래를 구조화할 때는 배임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판례는 LBO의 유형에 따라 배임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담보제공형 LBO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합병형 및 자산인출형 LBO에 대해서는 상법상 절차를 준수한 경우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판례는 경영판단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배임죄의 고의 판단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LBO 거래를 계획할 때는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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